회사를 사지 않고 두뇌만 데려가는 빅테크의 새 인수법 — 인수합병이 아니라 '인재 인수'의 시대가 왔다

핵심 데이터

  • 약 24억 달러 — 구글이 윈드서프 지분 한 주도 사지 않고 창업자·핵심 연구진과 기술 사용권을 확보하는 데 쓴 거래액 (2025년 7월)
  • 30억 달러 매각 무산 — 직전까지 오픈AI와 회사 매각을 협의했으나 결렬됐고, 핵심팀이 구글 딥마인드로 옮긴 뒤 남은 제품·IP·고객은 코그니션이 인수
  • 리버스 애크하이어 확산 — 2024년 MS의 인플렉션AI 거래(약 6.5억 달러)가 시작점, 규제당국은 기업결합 우회 수단으로 조사 중 (세계일보 보도, 확인일 2026-10-11)

주말 사이 회사가 두 개로 갈라졌다. 금요일 저녁까지 한 회사였던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는 월요일 아침이 되자 두 개의 조직으로 나뉘어 있었다. 창업자와 핵심 연구진은 구글 딥마인드로, 제품과 지식재산권·기업 고객·남은 엔지니어들은 경쟁사 코그니션으로 향했다. 회사를 통째로 산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세계일보 보도).

실리콘밸리 밤, 사무실 건물에서 빠져나와 테크 로고 쪽으로 향하는 빛나는 두뇌 형상들 일러스트
건물은 두고 두뇌만 빠져나가는 밤 — AI 생성 이미지

왜 하필 '사람만' 사는가?

업계는 이 방식을 '리버스 애크하이어(reverse acqui-hire)'라 부른다. 일반적인 애크하이어가 인재 확보를 위해 회사 자체를 인수하는 것이라면, 리버스 애크하이어는 지분 한 주도 사지 않고 창업자와 핵심팀을 채용하면서 기술 사용권만 확보하는 방식이다.

장점은 명확하다. 기업결합 심사를 피할 수 있고, 인수 협상에 몇 달씩 걸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구글은 약 24억 달러를 쓰고 윈드서프의 두뇌를 통째로 이식했다. 창업자 바룬 모한과 공동창업자 더글러스 첸은 딥마인드에서 AI가 스스로 코드를 쓰고 고치는 '에이전트형 코딩' 기술을 제미나이에 적용하는 일을 맡았다.

시작점은 2024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플렉션AI 거래였다. MS는 약 6.5억 달러로 모델 사용권을 확보하고 공동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카렌 시모니언을 비롯한 직원 대부분을 영입했다. 술레이만은 곧바로 마이크로소프트AI CEO가 돼 코파일럿·빙·엣지를 총괄했다. 회사를 사지 않았지만, 회사의 미래는 가져온 셈이다.

떠난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문제는 남겨진 사람들이다. 윈드서프에는 250명에 가까운 직원이 있었다. 창업자가 핵심팀과 함께 떠난 뒤 남은 직원들의 스톡옵션과 보상은 희석됐다.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는 "창업자가 팀을 버리고 수익을 나누지 않은 나쁜 사례"라고 비판했고(번역), 코그니션의 스콧 우 CEO도 '창업자는 배와 함께 가라앉아야 한다'는 업계 관행을 거론하며 가세했다(商周 분석).

반론도 있다. Y컴비네이터의 개리 탠 CEO는 40명이 넘는 창립 엔지니어가 7자리 수 보상을 받았고, 모한이 극심한 시간 압박 속에서 투자자에게 23억 달러의 가치를 지켜냈다고 옹호했다. 규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글·MS·아마존식 거래가 확산되자 규제당국은 이를 기업결합 우회 수단으로 보고 들여다보고 있다.

새벽의 빈 스타트업 사무실, 남은 책상들과 켜진 스탠드 하나 일러스트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은 빈 책상들 — AI 생성 이미지

"윈드서프는 창립자가 팀을 버리고 수익을 나누지 않은 나쁜 사례다. 나는 이런 창립자와 다시는 일하지 않을 것이다." — 비노드 코슬라, X 글 (번역)

이 시대를 읽는 3가지 기준 — ①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산다. AI 경쟁의 희소 자원은 모델이 아니라 모델을 만들어 본 두뇌다. ② 속도가 규제보다 빠르다. 심사를 피하는 거래 구조는 더 정교해지고, 규제의 판단은 그 뒤를 쫓는다. ③ '사회 계약'을 다시 읽는다. 낮은 연봉과 긴 시간을 감수한 스타트업 직원의 보상은 이제 회사가 팔릴 때가 아니라 팀이 이동할 때 갈린다.

빅테크는 이제 회사를 사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산다. 그리고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건 빈 책상과 깨진 약속의 조각들이다.

기사입력 2026-10-11 (세계일보) · 商周 분석 · 확인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