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다섯 법률가에게 건넨 오슬로의 답 — 전범을 심판대에 세운 평생이 평화상이 됐다

핵심 데이터

  • 85세 · 2026년 수상자 — 나비 필라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 10월 9일(현지시간) 선정

  • 107회 · 144명 — 1901년 이후 평화상 수여 횟수와 역대 수상자 수 (개인 113명·단체 31곳)

  • 21명째 여성 수상자 —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여성 수상

휴대폰 속보 알림에 '노벨 평화상' 세 글자가 떴을 때, 이름이 낯설어 한 번 더 들여다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국제법률가 나비 필라이(85)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세계일보 노벨평화상 보도, 확인일 2026-10-10). 총을 내려놓으라는 구호가 아니라, 법정에서 책임을 묻는 일이 평화라는 답이었다.

오슬로 강당의 법정과 평화 상징 일러스트
오슬로의 선택은 법과 기록에 건넨 상이었다 (AI 생성 이미지)

왜 무기가 아닌 법정이었을까?

필라이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지내며 전쟁범죄와 집단학살을 법의 심판으로 연결하는 데 헌신해 왔다(데일리안 수상 소식, 확인일 2026-10-10). 젊은 시절에는 인종차별 정책에 맞섰던 넬슨 만델라를 변호한 이력으로도 알려졌다. 폭력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 질문, 즉 누가 책임지는가를 법으로 남기는 일이 그의 궤적이었다.

올해로 평화상은 1901년 이후 107번째 수여다. 수상자를 내지 못한 해가 19차례 있었고, 역대 수상자는 모두 144명에 이른다. 필라이는 여성으로는 21번째 수상자이며,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이어 2년 연속 여성이 이 상을 받았다.

저울과 올리브 가지 일러스트
정의와 평화는 같은 저울 위에 있다 (AI 생성 이미지)

전쟁을 멈추는 일만큼, 전쟁의 책임을 기록하는 일도 평화다. — 수상 취지를 옮긴 요약

그래서 우리에게 남는 기준은 무엇인가?

뉴스를 읽는 독자에게 이 수상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남지 않는다. 첫째, 평화를 '사건'이 아니라 '제도'로 보는가를 묻는다. 휴전 소식이 헤드라인을 채울 때, 그 뒤의 재판과 기록이 이어지는지 함께 보는 눈이 필요하다. 둘째, 수상자의 나이가 아니라 궤적을 보는가다. 85세의 수상은 한 번의 업적이 아니라 수십 년의 축적에 건네는 상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셋째, 한국과의 연결을 기억하는가다. 한국인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같은 상을 받은 바 있어, 이 상이 남북 화해와 민주주의와도 맞닿아 있음을 떠올릴 수 있다.

오슬로의 선택은 조용한 쪽에 가까웠다. 요란한 선언 대신 법전과 기록을 택한 평생에 건넨 상 — 그래서 오늘 아침, 평화라는 단어가 조금 더 단단하게 들린다.

발표일 2026-10-09 · 확인일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