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었다 — 그런데 한쪽이 세상에 알렸고, 한쪽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2명 — 2026년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 우크라이나와 협의 끝에 한국으로 송환 (자료 발표일 2026-10-02)
9월 23일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송환 사실을 공개. 한국 정부는 '비공개 합의 위반'으로 규정 (자료 발표일 2026-09-24)
10월 2일 — 이재명 대통령이 X에서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 (확인일 2026-10-04)
일요일 아침 뉴스 앱을 켰더니 대통령의 엑스(X) 글 캡처가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었다. "묵과할 수 없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상대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대통령은 '추가 조치'라는 말까지 꺼낸 걸까.
왜 '비공개 약속'이었나?
북한군 포로 2명은 2026년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북한군이다. 두 사람이 한국행을 희망했고,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협의를 거쳐 이들을 송환했다(뉴스토마토 보도).
그런데 왜 비공개였을까. 한국 정부 설명으로는 포로들의 신변 안전, 남북 및 한러 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고위 인사는 "공개하지 않기로 한 범위는 '사안 전체'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비공개는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요청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설명이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균열이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24일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했다"며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했다. 아직은 완곡한 유감 표명이었다.
반전은 다음 날 왔다. 드미트로 리트빈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소통담당 보좌관이 SNS에 "그런 합의는 없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올렸다. 청와대는 27일 이를 '허위 공보'로 규정하고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키릴로 부다노우가 불을 붙였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DMZ 지뢰 폭발 사고 등을 언급하며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취지로 말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배운 전투 경험으로 "자국 지역에서의 적극적인 전투에 대비"하고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이 대통령이 10월 2일 X에 쓴 글은 이 발언들을 정면으로 겨눈다. "합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더니 도리어 남북 간 군사충돌 임박 운운하며 한반도 전쟁 발발을 기도하는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는 대목이다.
"사실 인정 및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의 위신에 관한 문제로서, 묵과할 수 없다" — 이재명 대통령(10월 2일 X, 한국경제 보도)
추가 조치의 윤곽도 나왔다. 정부는 주우크라이나 한국 대사 소환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송영길 대통령 평화외교특별보좌관은 MBC 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이 상당히 분노했다. 대사를 소환하는 것 같은 조치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파이낸셜뉴스 보도). 한편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안드리 시비하는 1일 이번 사안을 "외교적 오해"라고 표현하며 "우리에게 한국은 중요한 국가"라고 유화 메시지를 냈다. 공식 사과에는 응하지 않은 채다.
선택 기준. 외교 갈등 뉴스는 '말'과 '조치'를 구분해 읽자. 정상의 SNS 발언은 압박의 신호이지 정책 확정은 아니다. 비공개 합의의 실체, 상대국의 공식 입장, 이후 실제 조치(대사 소환 등)가 이어지는지를 차례로 확인하는 게 혼란을 가르는 기준이다.
사과가 끝나지 않았다는 건, 아직 두 나라가 같은 문장을 읽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외교의 문장이 먼저 갈라졌고, 그 다음은 행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