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SNS에 올렸고, 한쪽은 부인했다 — 84억 달러 석유 프로젝트를 둘러싼 엇갈린 말들
84억 달러 —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2일 트루스소셜에서 밝힌 석유 회수 증진(EOR) 프로젝트 투자 규모 (약 11조3천억원)
2,900㎞ — 사업 후보로 지목된 '미드웨스트 카본 익스프레스'의 파이프라인 길이
0건 — 한국 정부가 밝힌 3대 대미 투자 사업 외 추가 합의 건수 (10월 2일 기준)
토요일 아침, 휴대폰을 켜자마자 '84억 달러'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의 석유 프로젝트에 84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는 소식이었다. 2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의 협상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며 올린 글이다. "석유와 가스 생산 증대는 미국의 에너지 패권과 미래 세계 에너지 안보를 의미한다"는 말도 덧붙였다(번역).
트럼프가 말한 84억 달러는 뭔가?
트럼프가 언급한 '원유 회수 증진(Enhanced Oil Recovery)'은 유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압력을 높여 원유를 더 뽑아내는 기술이다. 사업의 정체는 미국 에너지업체 서밋카본솔루션의 '미드웨스트 카본 익스프레스'로 파악된다. 중서부 에탄올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1,800마일(약 2,900㎞) 파이프라인으로 와이오밍주까지 보낸 뒤 지하 유전에 주입하는 대규모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프로젝트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이 사업을 한국 측에 핵심 대미 투자 후보로 제시했다(한국경제 보도).

그래서 합의는 된 건가?
한국 정부의 답은 "아니오"다. 정부 관계자는 2일 "3대 프로젝트 외에 미국과 대미 투자에 관해 합의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지난달 22일 브리핑에서 이 CCUS 프로젝트를 검토했지만 "상업적 합리성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한국경제 보도).
"3대 프로젝트 외에 미국과 대미 투자에 관해 합의한 내용은 없다" — 정부 관계자(한국경제 보도, 10월 2일)
배경에는 9월 30일 백악관 발표가 있다. 트럼프는 당시 한국이 원전 8기(1,200억 달러), 알래스카 LNG(500억 달러),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220억 달러) 등 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알래스카 LNG는 한국 정부가 "검토 단계"라는 입장이라, 합의되지 않은 사업을 기정사실처럼 발표했다는 논란이 일었다(뉴시스 보도). 이번 84억 달러 발표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유세 국면의 '성과 띄우기'라는 분석이 나온다(헤럴드경제 보도).

선택 기준. 이런 뉴스를 볼 땐 '누가, 어디서 말했는가'를 먼저 따져보자. 대통령의 SNS 글은 공식 합의문과 다르다. 상대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함께 나왔는지, 구체적인 계약서나 일정이 제시됐는지를 확인하는 게 '발표'와 '합의'를 가르는 기준이다.
발표는 빨랐고, 합의는 아직이다. 84억 달러의 온도차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