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한국을 듣는다 — 박보검과 20개국 외국인 100명이 창경궁에서 녹음한 하루.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는 대신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본 적이 있는가. 지난 2일 창경궁에서는 그게 정식 프로그램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 관광객 100여 명을 창경궁과 북촌 한옥 휘겸재로 초대해 한국의 소리를 직접 듣고 녹음하는 '코리아 사운드 저니(Korea Sound Journey)'를 열었다고 6일 밝혔다.
왜 하필 소리인가
이 행사는 지난 7월 15일 공개된 2026년 한국관광 해외홍보 영상 '비긴 투 히어 코리아(Begin to Hear Korea)'를 실제 여행 경험으로 확장한 것이다. 2년 연속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박보검이 영상에서 '음악감독'으로 변신해 덴마크 뮤지션 키(Ki)와 함께 한국 곳곳의 소리를 채집하고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하는 여정을 담았다. 서울 삼청동·흥인지문공원·을지로·한강, 강원 강릉 심곡항, 경기 안산 탄도항, 강원 영월 요선암, 대구 화산산성까지 — 지하철 안내방송, 전통시장의 활기, 한옥 처마 끝 풍경 소리 같은 평범한 일상의 소리가 소재다. 현지의 평범한 일상을 경험하려는 '데일리케이션(Dailycation)' 여행 흐름을 반영한 기획이다(서울경제TV).
"해외홍보 영상에서 소개한 한국의 일상과 소리를 외국인 참가자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행사를 마련했다" —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아주경제)

영상에서 현장으로, 다시 SNS로
참가자는 중국·일본·미국·태국 등 20개국 이상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과 글로벌 인플루언서 100여 명. 관광공사 유튜브 채널 'VISITKOREA'에서 7월 15일부터 8월 19일까지 진행한 '사운드 퀴즈: 웨어 인 코리아?' 이벤트 참여자 2300여 명 가운데 선정됐다. 1부 '사운드 워킹'에서는 8개 조로 나뉘어 전문 사운드워커와 함께 창경궁 곳곳을 걸으며 주변의 소리를 직접 녹음하고 감상했다. 2부 '사운드 토크 앤 셰어'는 창경궁 인근 한옥 휘겸재(서울시 민속문화유산 '가회동 한씨 가옥')로 무대를 옮겨, 박보검과 참가자들이 채집한 소리를 함께 듣고 맞히는 사운드 퀴즈, 한국관광 밸런스 게임, 홍보 영상 비하인드 토크가 이어졌다(뉴시스).
눈에 띄는 건 설계다. 해외홍보 영상으로 관심을 유도하고, 온라인 이벤트 참여자를 실제 관광 현장으로 끌어들인 뒤, 함께한 외국인 인플루언서 10명이 현장 경험을 SNS 콘텐츠로 제작·공유해 다시 해외로 확산시키는 구조다. '보는 관광'에서 '듣고 느끼는 관광'으로 — 한류 스타의 인지도와 문화유산, 체험 콘텐츠를 묶어 실제 방한 수요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선택 기준. ① 여행의 소재를 '명소'에서 '감각'으로 바꿔보자 — 소리·냄새·촉감은 사진보다 오래 남는다. ② '데일리케이션' 관점으로 동선을 짜자 — 지하철·시장·골목 같은 일상의 장면이 여행지가 된다. ③ 기록 방식을 바꿔보자 — 녹음 한 번이 사진 열 장보다 그날의 공기를 잘 담는다.
눈으로 보는 한국은 이미 세계가 안다. 이제 귀를 여는 차례다.



